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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지만이 육사 가(假)입교

  • 2020.01.22
  • 218

지만이 육사 가()입교

 

1977130()

 

6시 반경 기상. 7시 지만이를 깨우다. 영하 14~15도의 혹한이다.  

8시 반 지만이와 같은 조반을 들다.

지만이는 아침에 두발을 육사생 도규정대로 짧게 이발을 하였다.

식탁에 앉으면서

머리를 깎고 나니 이제 정말 집을 떠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미 각오는 다 되어 있었으나 생전 처음으로

가족과 떠나려고 하니 여러 가지 심정이 착잡한 듯하였다.

 

육사와 같은 훌륭한 학교에 가는데 사나이 대장부가

그렇게 마음이 약해서야 어찌하느냐하고

타이르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하여

간신히 참고 태연한 체하였으나,

이 자리에 저의 어머니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으랴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라서

나도 몹시 마음이 언짢었었다.

저것이 저의 어머니 생각이 나서 저러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 참을 길이 없었다.

920분 청와대를 출발하다.

비서실장을 비롯하여 청와대 많은 직원들이

현관에 나와서 전송해 주었다.

지만이와 한 차에 타고 태릉 육사로 가면서

차 안에서 지만이와 여러 가지 환담을 하면서 격려를 하였다.

창 밖에 날씨가 매섭게 차기만 하다. 이 추운 날씨에 지만이가

훈련을 감당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그러다가도 육사생도복장에 늠름한 모습으로

외출 나온 지만이 모습이 또 눈에 떠오른다.

육사까지 가면서 내가 육사 2기 시절의 이야기도 해주었다.

육사 본관 현관에서 지만이를 내려 주고

몸 건강히 열심히 잘해, 지만이

하고 신입생 접수장으로 보내고

육사 교장실에 들어가서교장 정승화 장군과 잠시 환담하다가 귀저하다.

집에 돌아와서 영수 영정 앞에 가서 지만이가 오늘 육사에 들어갔소.

내가 지금 데려다주고 돌아왔소. 당신께서 앞으로 늘

지만이를 보살펴 주시오.” 하고 고하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이란 왜 이다지도 약할까.

집에 돌아오니 근혜, 근영이도 어머니도 안 계신 어린 동생 하나

같이 있다가 잠시나마 떠나보내는 것이

몹시 서운한 듯 눈물이 글썽글썽하다.

 

오전 중에 지만이 방을 정돈하였다.

온 집안이 텅 빈 듯하다.

군에 자식을 보내는 모든 부모의 심정은 다 마찬가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