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저도의 추억
- 2020.01.21
- 218
저도의 추억
맴맴맴맴 씨르릉씨르릉
일 년 만에 다시 찾아온 정든 섬에는
매미와 물새들이 옛 주인을 반기는 듯
성하(盛夏)의 태양이
백사장과 파도 위에
은빛같이 쏟아져서
눈부시게 반짝이고
암벽과 방파제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진 백옥 같은 파도가
일파(一派) 이파(二派) 또 삼파(三派) 사파(四派)
온종일 반복해도 지칠 줄 모르고
만고풍상 다 겪은
이끼 낀 노송은
해풍과 얼싸안고
흥겹게 휘청거리네
지평선 저쪽에서
흰 구름 뭉게뭉게 솟아오르니
천 봉 만 봉
천태만상 현멸무상(現滅無常)이로세
밤하늘의 북두칠성은
언제나 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서산에 걸린 조각달은
밤이 깊어 감을 알리노니
대자연의 조화는 무궁도 하여라
해마다 여름이면
그대와 함께 이 섬을 찾았노니
모든 시름 모든 피로 다 잊어버리고
우리 가족 오붓하게
마음껏 즐기던 행복의 보금자리
추억의 섬, 저도
올해도 또 찾아왔건만
아, 어이된 일일까
그대만은 오지를 못하였으니
그대와 같이
맨발로 거닐던 저 백사장
시원한 저 백 년 넘은 팽나무 그늘
낚시질 하던 저 방파제 바위 위에
그대의 그림자만은 보이지 않으니
그대의 손때 묻은 가구 집기
작년 그대로 그 자리에 있는데
미소 띤 그 얼굴
다정한 그 목소리
눈에 선하고 귀에 쟁쟁하건만
그대의 모습은 찾을 길 없으니
보이지 않으니
어디서 찾을까
해와 달은
어제도 오늘도 뜨고 지고
파도 소리는
어제도 오늘도
변치 않고 들려오는데
임은 가고
찾을 길 없으니
저 창천에 높이 뜬 흰 구름 따라
저 지평선 너머 머나먼 나라에서
구만 리 장천 은하 강변에
푸른 별이 되어
멀리 이 섬을 굽어보며
반짝이고 있겠지
저-기, 저 별일까
저 별일 거야.
저도 해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