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백일홍
- 2020.01.21
- 220
백일홍
당신이 먼 길을 떠나던 날
청와대 뜰에 붉게 피었던 백일홍과
숲속의 요란스러운 매미 소리는
주인 잃은 슬픔을 애달파 하는 듯
다소곳이 흐느끼고 메아리쳤는데
이제 벌써 당신이 가고 한 달
아침 이슬에 젖은 백일홍은
아직도 눈물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
매미 소리는 이제 지친 듯
북악산 골짜기로 사라져 가고
가을빛이 서서히 뜰에 찾아드니
세월이 빠름을 새삼 느끼게 되누나
여름이 가면 가을이 찾아오고
가을이 가면 또 겨울이 찾아오겠건만
당신은 언제 또다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한번 가면 다시 못 오는 불귀의 객이 되었으니
아, 이것이 천전(天定)의 섭리란 말인가
아, 그대여. 어느 때 어느 곳에서 다시 만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