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어린이회관을 바라보며 아내를 추억하다.
- 202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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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회관을 바라보며 아내를 추억하다.
1975년 3월 9일
하루 종일 봄비가 소리 없이 내리다.
서재에서 멀리 남산을 바라보니 구(舊) 어린이회관이 안개 속에 우뚝 솟아 보인다.
어린이들이 마음껏 즐기고 놀 수 있고 또 배울 수 있는 회관을 건립하겠다고
늘 벼르던 아내의 꿈이 처음으로 실현된 것이 저 회관이었다.
시감만 있으면 [아내는] 자주자주 어린이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어린이 지도를 위해 또는 경로잔치를 베풀고 노인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건물이 너무 높고 광장이 없는 것이 흠이라 해서 작년 초
어린이대공원으로 옮기기 작정, 목하 공사 중이다.
금년 8월 15일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촉진 중이다.
전국 시·도마다 회관을 하나씩 건립하자는 것이 일차적 목표였다.
재작년에는 부산에 어린이회관을 세우는 데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작년 9월 5일에 준공을 하게 되어 행사에 참석한다고
자신[아내]의 후회를 저도(猪島) 휴양 중에 정성 들여 썼다.
‘웃고 뛰놀고 하늘을 쳐다보며 생각하고 푸른 내일의 꿈을 키우자’ 써 놓고
나에게 ‘내일의 푸른 꿈을 키우자’ 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 휘호가 아내의 절필이 되고 말았다.
아내는 가도 아내가 그처럼 사랑하던 이 나라의 어린이들은
착하고 슬기롭게 자라서 길이길이 이 나라를 지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