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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남아일까 여아일까

  • 202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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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일까 여아일까 

 

1954614     

일전에 타코마에서 보낸 편지가 영수의 손에 들어갔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번잡한 서울 한모퉁이에서 내가 돌아올 날만을 고대하고 있을 영수!  

인천 부두에서 기다릴 영수의 모습이 눈에 떠오른다.  

근혜를 안고 근혜 아빠 오셨네하고 웃으면서 나를 반겨 맞아 줄 영수의 모습!  

나의 어진 아내 영수, 그대는 내 마음의 어머니다.  

셋방살이, 없는 살림, 졸읍 울안에 우물 하나 없이 구차한 집안이나  

그곳은 나의 유일한 낙원이요 태평양보다도 더 넓은 마음의 안식처이다 

맑은 마음의 우물에 샘솟는 나의 집이거늘 없는 것이 무엇이랴,  

영원한 마음의 양식이 우리 가정을 지켜 줄 것이다. 

 불원(不遠) 우리 가정에는 새로운 희보(喜報)가 기다리고 있다.  

남아일까 여아일까. 무엇이든 관계할 것이 없다.  

다만 영수와 내가 부모로서 최선을 다할 뿐.  

이것만이 우리들이 할 일. 이름은 무엇으로 할까.  

남아일 때는 태평양 상에서 본 구름과 같은 기운을 상징시켜 운()자를 넣을까.  

시운(時運), 수운(秀雲), 일운(一雲), 일운(逸雲), 일훈(一薰),  

여아일때는 근숙(槿淑), 운숙(運淑), 근정(根貞), 근랑(根浪), 운희(雲嬉).  

영수와 상의하여 결정하기로, 결정권은 영수에게 일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