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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화학공업화 없인 한강의 기적도 없다 ( 2017-07-28 )

심층분석 / 박정희의 新산업정책론

 

중화학공업화 없인 한강의 기적도 없다  

 

한국의 경제발전은 기업 성장이 주도하는 자본주의 기업부국(企業富國) 발전 패러다임이라 주장한다. 정부가 기업들의 성장을 견인하는 정책적 노력이 바로 자본주의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다.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1. 박정희 경제정책 패러다임에 대한 오해-수출주도 성장전략은 옳고 중화학공업화 전략은 잘못됐다?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끈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면 아마 경제학계는 이구동성으로 수출주도 성장전략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당시 세계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들에 가장 인기 있는 정책은 선진국들의 산업을 추격하기 위해 아직 유치단계에 있는 산업들을 보호  육성하는 소위 유치산업 보호육성전략이었다.


사실 이 정책은 그 나름대로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산업화를 통한 경제발전은 농경사회에서 새로운 제조업을 일으켜야 가능할 것이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하지만 국내 실정은 아직도 제조업이 미미한 단계다. 때문에 선진국 산업과 경쟁할 수 없어 이들 산업을 보호하여 어느 정도 경쟁력이 생길 때까지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이를 수입대체산업화 전략이라 부르기도 한다.


문제는 이 전략이 성공한 사례가 없었고, 정책 추진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었다. 소위 지원대상자인 ‘승자를 사전에 선택하는 문제’의 어려움, 정부의 보호지원에 따른 정부와 기업 간 유착으로 인한 부패문제 등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학계에서도 이론적인 반대 입장이 없지 않았다. 당시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은 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이 정책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한국은 5·16 이후 집권한 박정희 정부가 우여곡절 끝에 제1공화국 이래의 수입대체산업화 전략을 수출주도 성장전략으로 전환했다.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공장을 지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외자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판단 아래 우선 ‘외자벌이’를 위한 수출에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렇게 하여 수출산업 육성 노력이 성공하면서 경제도약의 기틀이 마련되었다.


그 후 1973년부터 박정희 정부는 중화학공업 육성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했다. 여기서 명심할 것은 중화학공업 육성이야말로 수입대체산업화 전략, 혹은 유치산업 육성전략이라는 사실이다. 당시는 유치산업 육성정책의 실패 사례가 쌓이면서 세계 경제학계를 중심으로 정부주도의 산업정책에 대한 반대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었다.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은 그래서 출발서부터 국내외 학계로 부터 많은 반대에 부딪쳤다.


비슷한 시기에 단행된 유신체제가 중화학공업의 성공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일부의 주장이 그 진위 여부에 관계없이 이 정책이 불순한 정치적 동기에서 시작된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었다. 더 나아가 그 계획의 종료를 앞두고 설계자였던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정책에 대한 올바른 평가 기회를 갖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후속 전두환 정권은 세계은행과 더불어 중화학공업화 정책의 실패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중화학공업화 정책은 연구 대상이 아니라 회피 대상이 되었고, 정책의 공과나 성공의 원리를 논하는 연구는 주류 경제학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의 경제발전전략의 핵심은 소위 ‘수출주도 성장전략’이라는 해석이 주류를 형성하게 되었고, 아직도 그렇게 해석되고 있다. 이런 해석은 공교롭게도 시장중심 주류 경제학의 자유무역에 대한 믿음과 반(反)산업정책적 사고와도 합치하기 때문에 주류경제학계는 별 부담 없이 이런 해석을 받아들이고 있다.


역으로 출생서부터 주류경제학의 사고에 반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실패로 낙인찍힌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은 점점 백안시 되었다. 이제 한국의 경제발전전략의 핵심을 수출주도 성장전략이라고 하는데 아무도 주저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수출주도 성장전략은 옳았으나 중화학공업화 전략은 현실적으로 그 성과를 부정하기는 어렵게 됐지만, 부작용이 너무 컸던 잘못 선택된 정책이라는 생각이 상식이 되었다. 이룬 성과 때문에 부정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흔쾌히 필요한 정책이었다고도 하지 못하는 어정정한 태도다.


이 글은 수출주도 성장전략을 박정희 시대 한국의 경제발전전략의 진수로 보는 기존의 해석이 심각하게 박정희 정책 패러다임을 왜곡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오히려 “박정희 성공의 진수는 중화학공업화 전략의 선택과 그 성공에 있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밝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산업정책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신(新)산업정책 이론을 제시하려 한다.


2. 경제발전에 있어 수입대체 유치산업 육성정책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  

 

1) 국제무역에 있어서의 비교우위 이론과 수입대체산업 육성정책
오늘날 세계 주류 경제학계는 소위 특정 산업을 육성하는 산업정책을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정책이라 본다. 그래서 세계무역기구(WTO)는 이런 정책을 불공정 교역을 조장하는 관행이라고 금지하고 있다. 시장중심 주류 경제학의 비교우위 이론은 각국의 산업적 특화는 각국의 부존자원의 차이에 따라 정해지는 상대적 비교우위에 의해 결정되어야 가장 효율적이라고 가르친다.


아담 스미스는 “일국의 분업(즉, 산업특화)은 시장의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는 유명한 명구를 남겼다. 이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수요가 증가하면 각국은 자신이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부존자원을 상대적으로 많이 쓰는 산업에 특화하게 된다.


예컨대 교역이 열리고 시장이 커지면 토지가 다른 자원에 비해, 그리고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풍부한 나라의 경우는 농업에 특화한다. 노동이 상대적으로 더 풍부한 나라는 노동집약적 산업에 특화해야 국제경쟁력 있는 산업발전을 이룰 수 있으며, 나아가 희소한 자원의 국내는 물론 국제적 배분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산업의 특화 과정은 국가 간의 주어진 부존자원에 따른 상대적 비교우위에 따라 시장이 결정할 문제로, 정부가 나서서 인위적으로 비교 우위에도 맞지 않는 소위 중화학공업 육성과 같은 정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그래서 한국도 1950년대 자본이나 기술에 비해 토지와 노동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현실에서 농업 중심, 혹은 노동집약적 산업 중심으로 경제발전을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난무했다.


이런 시각에서 국내외 경제학계가 5·16 이후 추진된 수출산업 육성이나 1970년대 추진된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을 비교우위에 따른 시장의 자연스런 산업특화기능에 역행하는 반(反)시장적 정책이라고 회의적으로 보게 되었던 것이다. 같은 관점에서 그동안 한국의 학계가 중화학공업화 성과를 폄하하거나, 국제적으로는 산업정책을 금기시하는 견해나 태도가 보편화 된 것이다.


결국 1950~60년대 토지와 노동에 상대적 비교우위가 있었던 한국은 농업과 노동집약적 산업에 특화하고 수출을 하는 것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길이지 수출 상품구조의 고도화를 위해 중화학공업을 육성하여 자본 및 기술 집약적 상품을 수출하고자 하는 정책은 경제 이론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


한국의 중화학공업화 정책이 성공하면서 학계에서는 소위 동태적 비교우위라는 신개념을 도입하여 비교우위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국가의 노력에 따라 부존자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비교우위가 바뀔 수 있다는 견해가 등장했다. 이는 사후약방문처럼 산업 특화 결과를 설명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사전에 어떤 산업을 어떤 방법으로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결과적으로 고전적인 산업특화와 교역이론은 시장이 저절로 적절한 산업구조를 찾아 교역을 일으키므로, 시장을 열고 교역을 자유화하면 경제발전을 향유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더구나 수출주도 성장전략은 이런 고전이론에 적합하기 때문에 학계로부터 쉽게 용인된 반면 비교우위 이론에 역행하면서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개입을 불러온 중화학공업화 전략은 설 땅을 잃게 된 셈이다.


2) 수입대체산업육성정책 집행의 현실적 어려움
수입대체 유치산업 육성정책은 이론적으로 그 정당성을 얻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성공사례가 많지 않고, 실제 집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이다. 이 정책은 다음과 같은 두 단계로 실행될 수밖에 없는데 이의 실천이 어렵다는 것이다.


첫째, 미래에 어떤 산업이 유망한지 알아야 한다. 둘째, 누가 혹은 어느 기업이 이 산업을 맡아 건설하고 생산하게 해야 할 것인지를 미리 알아야 한다. 


첫째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무도 미래를 확실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미래 유망 산업을 정하기가 어렵고, 정부가 이 일을 시장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많은 경우 엉뚱한 산업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경제발전의 역사를 관찰함으로써 후발자로서 선진국이 걸어온 역사를 통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자본집약적 산업, 지식기반 산업으로 이행해 온 과정을 배우고 벤치마킹할 수 있지만, 이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선진국들의 경우는 아무도 해보지 않은 신산업 분야로 나아가야 한다는 불가피성 때문에 정부가 이를 잘 할 수 없다는 것이 더욱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둘째 문제와 관련해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산업을 이끌고 갈 기업을 선발하여 지원해야 하는데, 도대체 국내에서 해보지 않은 사업을 누가 제일 잘 할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사전에 승자를 선택하는 문제’로 알려져 있는데, 100미터 경주에서 서로 겨뤄보지도 않고 1등을 뽑는 것과 같은 난제중의 난제가 된다.


정부 관료들이나 학자들이 머리를 맞댄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 경우 산업정책의 성공 여부는 운명의 장난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주류경제학은 정부의 유치산업 육성정책 기능을 정책 메뉴에서 지운지 오래되었다.

 

 

3) 수입대체산업 육성정책의 국제정치경제학
한편 수입대체산업 육성정책은 국제정치경제학적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이슈를 제공한다. 우선 비교우위 이론에 따른 분업화 원리를 신봉하게 되면 어느 특정 국가가 홀로 산업정책을 시행하여 각종 지원을 할 경우 국제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한다.


뿐만 아니라 이런 정책을 채택하지 않는 다른 경쟁국들의 수출상품에 비해 국제 경쟁에서 자국 수출상품이 인위적인 경쟁 우위를 누리게 도와주는 결과가 된다. 때문에 국제 간 교역의 공정성을 해친다고 본다. 이를 일컬어 불공정 교역관행(unfair trade practice)이라 부르는데, WTO를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는 이를 방지하는 규약을 도입하고 있다. 개별국가들도 쌍무 간 교역협정 시 이를 방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구 선진국들의 18~19세기 산업혁명기의 경제정책 역사를 살펴보면 거의 모든 나라들이 자국 산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산업정책을 시행했음이 밝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후진국들은 지금의 반(反)산업정책 풍조는 선진국들이 산업혁명기에 시행했던 정책들을 후발 주자들이 따라 하지 못하도록 하여 그들의 경쟁우위를 지속 유지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본다.


이런 행태를 가리켜, 오래 전에 영미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던 독일의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불평했다. 지금도 이런 분위기는 살아있으나, 문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산업정책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따라서 산업정책을 살려내려면 이론적 반대는 물론, 위에서 언급한 현실적 집행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3. 산업정책 성공 없이 경제발전은 없다  

 

수입대체 유치산업 육성전략과 관련된 논란은 경제의 변화 발전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과 연결된다. 즉 도대체 경제발전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다. 주류 경제학은 경제발전 문제를 경제성장이라는 이름하에 통합하여 비교우위론에 입각하여 주어진 자원을 주어진 목적에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배분경제학(allocation economics)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예컨대 농업에 비교우위가 있다면 열심히 노력하여 농업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경제성장 혹은 경제발전이라고 본다. 마차를 10개 만드는 사회가 발전하려면 주어진 자원을 보다 잘 활용하여 마차를 100개 만들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이 경우 생산성이 10배로 증가하고 소득도 생활수준도 10배로 증가한다고 본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경제변화 발전이란 농사를 짓던 농경사회가 부존자원의 벽을 뛰어넘어 고도의 산업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필자는 이를 마차 만들던 사회가 기차→자동차→비행기→우주선을 만들면서 점차 더 높은 차원의 경제로 창발하는 비선형적 변화과정으로 해석한다.
이런 창발과정의 원리를 밝혀내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경제발전이론으로서 기존의 배분경제학을 뛰어넘는 발전경제학(development economics)이라 부를 수 있다.


이런 입장에서 볼 때 경제는 보다 복잡한 질서로 창발해야만 발전이라고 할 수 있으며, 부존자원은 극복해야할 대상이며, 비교우위 이론도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다. 불행하게도 배분경제학은 마차가 10개에서 100개로 증산되는 선형적인 생산성 향상과정을 발전과 동일시한다.


때문에 마차에서 기차→자동차→비행기로의 이행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고민하기보다는 마차를 열심히 더 만들라거나, 그냥 시장에 일임해 놓으면 시장이 알아서 기차→자동차→비행기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산업정책은 금기시 되고, 농경사회는 계속 농업에 특화해야 경제가 발전한다는, 사실상 대책 없는 공허한 주장을 하게 된다.


그런데 세계 역사를 둘러보면 놀랍게도 선진국치고 산업혁명기에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려고 정책적으로 노력하지 않은 나라가 없고, 농경사회가 비교우위론에 의해 농업만으로 선진국이 된 경우도 없다. 그리고 정부의 산업화 노력없이 시장만의 힘으로 산업화에 성공한 예도 찾아보기 어렵다.


더 놀라운 것은 오늘날의 산업정책 경시풍조 속에서도 국내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산업육성정책을 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는 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중에서도 산업정책에 성공하는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강단(講壇) 경제학이 뭐라 하든 모든 나라들이 신산업을 일으켜 마차에서 기차→자동차→비행기 경제로 올라서지 않고서는 경제가 도약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국제경쟁력 있는 신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모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발전경제학이 할 일은 산업정책의 성공 방정식을 찾아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4. 한국의 중화학공업화 정책 성공의 의의  

 

일반적으로 성공 방정식은 실패 사례가 아니라 성공 사례로부터 얻어진다. 실패가 반면교사로서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실패를 피하거나 반대로 한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성공사례를 따른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지만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다.  여기서 한국의 중화학공업육성 성공경험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불리한 여건 속에서 60여 년 전 전형적인 농경사회에서 출발하여 20~30년 만에 산업혁명에 성공하여 산업사회를 이루고 이제 고도 지식기반 경제로 이행중이다. 마차에서 출발하여 자동차 경제를 완성하고, 비행기 경제로 이행중이라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마지막 도약 단계에서 한국경제는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 필자는 그 원인이 바로 그 동안 산업정책의 성공원리를 무시한 정책들을 시행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성공 경험은 20세기 후반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가시적인 산업정책 성공 경험이다. 또 추상화의 함정에 빠진 강단 경제학을 실사구시적인 경제발전의 실천학문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는 원리를 담고 있는 값진 보석과도 같은 경험이다. 이러한 성공원리를 이론화하여 일반화할 수 있다면 지구상 70억 인류가 부딪치고 있는 저성장  양극화 문제를 풀 수 있는 발전경제학의 새 길을 찾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중화학공업화 정책은 그 시발자이자 강력한 추진력이었던 박정희 대통령이 그 계획의 마무리를 보지 못하고 떠났다. 또 이 정책에 회의적이었던 주류 경제학계와 후속 정권의 일부 관료들의 몰이해속에 정책 실패가 선언되면서 제대로 평가되고 정리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근 40년이 흘렀다.
1980년대 3저 호황과 그 이후 한국경제의 눈부신 도약,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극복이 바로 중화학공업 부문 기업들의 수출능력에 의해 가능했다. 지금도 이들 기업들 덕에 중국 기업들의 추격 속에서도 한국경제가 선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계는 여전히 이 정책의 성공원리를 이해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5. 산업정책의 성공원리  

 

1) 한국의 중화학공업화 정책의 성공요인: 시장친화적 산업정책
한국의 중화학공업화 정책의 성공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우선 문제 많은 비교우위론을 차치해 놓고, 현실적 집행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했는가 하는 문제에서부터 출발해보자.
첫째, 유망산업으로 어떤 산업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다. 한국은 바로 옆에 당시로서는 가장 빠른 기간에 서구를 벤치마킹 하여 성공한 일본의 산업화 경험을 알고 있었다. 중화학공업 정책의 선장인 박정희 대통령, 박정희를 보좌한 김정렴 비서실장, 정책 실무를 담당한 오원철 수석 모두 일본산(일제하에서 출생하여 교육을 받았다는 의미)이다.


그들은 적어도 일본의 명치유신 이후는 물론, 전후 복구과정에서 일본의 산업정책 과정을 숙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어떤 산업을 선택 육성해야 산업혁명을 할 수 있을지 판단에 유리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일본의 선례가 공공재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만이 재빠르게 무임승차했을 뿐만 아니라 성공했다는 사실은 한국만의 숨은 성공요인이 있음을 암시한다. 따라서 완벽하다 할 수는 없겠지만 유망산업을 선택함에 있어 실패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어느 기업을 앞장세우고 지원할 것이냐 하는 난제중의 난제를 생각해 보자. 한국의 수출진흥 정책이나 관련기업 정책을 살펴보면 특이한 점은 국가시책에 부응하고 성과를 내는 기업을 항상 우대하여 앞장세웠다. 신상필벌의 원칙하에 수출성과에 기초하여 지원정책을 연동함으로써 기업들의 수출동기를 강화했고, 기업들의 성장유인을 극대화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시장성과가 모든 고려에 선행했다. 이 원리가 완벽하진 않지만 ‘사전에 승자를 선택하는 문제’의 해법이었다. 여기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란 단서를 단 것은 세상에 사전 선택을 완벽하게 할 방법은 없다는 의미에서, 그래서 시장경쟁의 사전(事前)이 아니라 사후(事後)에 승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한국 정부는 항상 수출진흥 단계에서 이미 그 성과를 인정받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중화학공업 부문의 진입을 허용했다. 당시 국민투자기금의 운용에 있어서 원칙적으로는 정부가 투자자금 소요액의 75%를 외자 등으로 지원하고, 참여 기업들은 나머지 25%를 자력으로 조달하도록 했다. 그리고 생산 공장을 ‘규모의 경제’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규모로 짓도록 계획했다.


이에 따라 참여 기업들은 당시 한국 기업들의 평균적 규모에 비해 엄청나게 큰 규모인 소요 자본의 25%를 자력으로 조달해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 때문에 수출 진흥 단계에서 성공적으로 성과를 내어 자본을 축적한 기업들에게만 선택적  차별적으로 진입이 허용되었다. 이를 통해 미래 정보 불완전성으로 인한 사전선택 정책의 실패 가능성을 회피할 수 있었다.


이 경우 여전히 어려운 질문은 과거와 현재에 잘 해왔다고 해서 미래에도 잘할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한 보장은 없지만,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문제는 대안이라 할 수 있는 ‘시장에 의한 선택’은 어떻게 이루어질까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결론은 어떤 경우든 미래를 예측함에 있어 최상의 정보는 과거와 현재의 정보이며, 신(神)이 아닌 한 이를 벗어날 길이 없다는 점이다. 시장이 이미 드러난 시장정보에 기초하여 선택하나 이를 정부가 대신하나 큰 차이는 없다. 더구나 시장의 정보 불완전성이 높은 후진국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쨌든 한국의 중화학공업화 정책은 일단 산업정책의 어려운 난제를 최상의 차선책으로 해결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정부의 주도면밀한 사회간접자본 공급정책이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중화학공업단지를 구체적인 산업의 입지조건을 고려하여 적절히 공급했으며, 정밀성이 높은 이들 산업의 기능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 등 사전에 인력공급계획을 마련하고 차질 없이 실행했다. 그리고 사후관리에 있어 시장성과 정보에 기초하여 참여 기업들의 성과를 감독하고 독려함에 있어 시장경쟁 압력 못지않은 강력한 규율과 관리기능을 행사했다.


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박정희 대통령이 이끌었던 한국의 개발연대는 중화학공업 정책뿐만 아니라 수출진흥 정책, 새마을운동, 산림녹화 운동 등 모든 경제사회 정책들이 차별적 선택과 지원방식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사실상 이런 모든 공공정책들은 정부가 재정력이나 행정력을 이용하여 국가 혹은 민간부문을 육성 발전시키려는 정책들로서, 넓은 의미에서 보면 산업정책의 범주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모든 공공정책들이 차별적 선택과 지원정책을 통해 성공함으로써 한국의 근대화 산업혁명에 기여했다.


이제 좀 더 이론적으로 살펴볼 차례다. 한국 정부가 택한 ‘시장성과에 따른 선택과 차별적 지원’은 무슨 의미를 갖는가? 이것이야 말로 만고불변의 시장원리다. 시장이야 말로 매일 성과 있는 기업과 개인만을 선택하여 차별적으로 지원한다. 시장은 우수한 경제주체들에게 생존과 성장이라는 상을 주고, 성과 없는 주체들에게는 퇴출 압력을 가함으로써 모두를 동기 부여하여 성장과 발전의 길로 유도하는 장치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매일 소위 산업정책을 결행함으로써 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사회적 제도’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한국의 산업정책은 시장이 하는 ‘차별적 선택과 지원’이라는 ‘시장주도 산업정책 원리’를 정부가 복제, 실행함으로써 그 힘을 더 증폭시켜 인류 역사에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산업혁명을 이끌어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중화학공업화 산업정책은 시장과 정부가 공동으로 성과에 따른 차별적 선택과 경제적 인센티브 차별화 전략을 통해 성과 있는 기업만을 참여시키고 지원함으로써 마차에서 적어도 자동차 경제로의 도약을 20여년 만에 이뤄냈다.


정부가 의도했든 아니든, 시장의 산업정책기능을 제대로 복제하여 시장경제의 경쟁효과를 강화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지, 반대로 시장에 개입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다. 왜냐면 정부가 시장의 차별화 기능에 역행해서 반대로 개입했다면 시장의 동기부여 기능을 차단함으로써 오히려 경제성장 발전에 역행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의문은 “그럼 왜 시장이 혼자서 하면 되지 정부가 같이 해야 하는가?” 일 것이다.

 

 

 

2) 경제발전의 일반이론: 시장, 기업, 정부의 삼위일체 경제발전이론
① 시장의 경제적 차별화기능과 경제발전의 원리
필자는 한국의 성공 경험과 시장의 기능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의 일반이론(이하 ‘일반이론’)을 제시했다. 필자는 시장을 ‘경제적 차별화(Economic Discrimination)’를 통해 경제발전을 일으키는 동기부여장치라고 해석한다.


여기서 경제적 차별화란 경제적으로 다른 것을 다르다고 하는 것을 말한다. 어떠한 정치적, 사회적 차별도 의미하지 않는다. 역으로 경제적으로 다른 것을 같다 하고, 성과의 차이를 무시하여 동기를 차단하는 것을 ‘경제 평등주의(Economic Egalitarianism)’라고 한다. 따라서 경제적 차별화는 경제발전의 필요조건이지만, 경제 평등주의는 경제정체의 충분조건이다.


이 원리는 연혁적 추상화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시장은 신상필벌의 이치에 따라 스스로 돕는 자만을 돕는 사회제도라는 관찰로부터 얻어지는 귀납적 결론이다. 현실시장에서 소비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만을 지원하며, 그래서 선택의 자유가 주어지는 사회에서 대기업은 소비자가 만들어낸다.


은행도 우수한 기업과 개인만을, 증권시장도 항상 우수한 기업만을 선호하여 지원한다. 기업은 항상 우수한 인재만을 선택하여 채용한다. 역으로 우수한 인재들은 항상 좋은 기업만을 선택한다. 바로 이것이 시장의 경제적 차별화 기능의 실체다. 이를 통해 시장은 끝없이 경제주체들을 동기부여 하여 스스로 번영의 길로 나서게 한다. 그래서 시장이 잘 작동되는 경제는 그만큼 더 빨리 성장하고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시장의 차별화 기능을 ‘정의의 율법’이라 칭하는 서양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사상과 중국 진나라 시대 신상필벌을 내세운 법가사상의 경제적 표현이라고 해석한다.
열심히 노력하여 남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경제주체가 더 대접받는 사회라야 더 많은 부와 번영의 길로 갈 수 있다. 이것은 인류가 오랜 세월 진화과정 속에서 터득한 평범한 세상의 이치일 뿐만 아니라 진화의 철칙이다. 이러한 경제적 차별화 원리의 실천이 바로 자조정신, 자립정신, 창조정신의 원천이며, 이 원리를 실천하는 사회만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여 마차경제에서 비행기, 우주선 경제로 갈 수 있다는 의미다.


② 시장의 실패와 경제발전의 실패
그러나 경제발전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개인은 물론 기업, 국가, 나아가 문명의 발전과정이란 앞선 자의 성공 노하우를 따라 배움으로써 마차에서 우주선까지 보다 복잡한 차원의 경제로 창발하는 ‘성공 노하우’라는 지식의 전파 과정이다.


이러한 지식시장(market for knowledge or success knowhow)의 본질적 특징은 남의 지식을 무임승차하기가 쉽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식이라는 상품의 성격이 너무 복잡하여 시장에서 그 값을 매기기가 어렵기 때문에 지식시장이 선택과 차별을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시장실패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남의 지식에 대한 무임승차가 일상화되면 우수한 인재, 기업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훌륭한 인재와 기업의 공급은 제한된다. 경제발전의 실패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실패 현상은 개인이나 기업은 물론, 국가나 문명 차원에서도 일어난다. 그래서 시장만의 힘으로는 일류 인재, 기업, 국가,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지식시장에서 무임승차가 일상화되면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듯 지식의 하향평준화가 일반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식시장의 실패(혹은 경제발전의 실패) 현상은 소위 정보의 불완전성 때문에 발생하는 거래비용이라는 장애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넓은 세상에서 서로 생면부지인 인간들끼리 누가 무엇을 잘하는지 가려내기는 어렵다. 이를 가리기 위해 써야 되는 노력·돈·시간을 일컬어 거래비용이라 부른다.


시장은 양의 거래비용을 피할 길이 없고, 따라서 경제를 발전시키는 기능도 그만큼 약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가 지식시장의 경우는 더 심각해진다는 사실 때문에 마차에서 우주선 경제로 창발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정보 불완전성 때문이라 말하지만, 사실상 모든 문제는 인간이 신이 아니고 세상을 잘 모른다는 데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류가 농경사회 혹은 마차 경제를 수천 년 동안 피할 수 없었던 이유다. 그래서 필자는 시장의 힘만으로 경제가 발전하기는 어렵다고 해석한다.


③ 시장실패의 교정: 기업과 정부의 역할
그런데 인류는 이런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발명하기 시작했다. 바로 기업이라는 조직이다. 기업이란 원래 성과에 따른 경제적 차별화를 통해 무임승차를 막음으로써 종업원들의 일할 동기를 극대화하는 장치다.
기업이라는 조직은 시장과는 달리 생면부지의 인간들이 한 조직 안에 모여 서로 대면하면서 한 팀으로서 같이 협조하는 장치다. 이에 따라 각자가 무엇을 얼마나 잘하는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거래비용을 회피할 수 있어 각자의 성과를 알아내고 그에 맞춰 보상을 차별화하는데 시장보다 더 효율적이다. 정보의 불완전성이 높을수록 기업은 시장보다 더 효율적인 자원배분장치다.  
그러나 기업들도 역시 시장에 참여하는 주체로서 지식시장의 차별화 기능 실패로 인해 경쟁자들의 무임승차에 노출된다. 성공하는 기업의 성공 노하우는 공공재처럼 후발 경쟁기업들의 무임승차 대상이 되고, 성공 기업은 영원한 승자일 수 없다. 일류 성공 기업의 등장이 어려워진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시장에는 평범한 기업들로 채워지고 경제발전은 어려워진다. 이 문제를 해결할 경제 내의 주체가 또 다른 공공조직으로서 정부다. 정부는 기업과 같이 조직의 특성을 가지지만, 시장의 규칙을 정하는 국민경제의 최종적인 외생적 조정자라는 측면에서 기업과 차별된다.
기업이 취약한 지식시장을 내부화하는 장치라면, 정부는 거래비용 때문에 발전에 실패하는 취약한 민간경제를 내부화하는 장치다. 기업이 시장이 잘하지 못하는 일류 인재와 자원의 양성기능을 내부화하여 키워내듯 정부는 뒤따르는 경쟁자의 무임승차 때문에 시장에서 구축되는 일류 인재와 기업들을 키워내는 일을 해야 한다.

 

④ 삼위일체 경제발전이론
이상의 논의를 요약하면 시장에서의 무임승차 현상 때문에 악화에 의해 구축되는 일류 인재들을 기업이 살려내어 경제발전을 일으키려 한다. 하지만 기업 세계에서도 무임승차 현상이 발생하여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기 때문에 일류 기업들의 등장과 지속은 일상적 현상이 아니다. 이제 정부가 일류 기업들을 키워내야 경제발전이 가능해진다.
이 이론에 의하면 경제발전 현상은 시장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함께 경제적 차별화 원리를 실천할 때에만 어렵게 얻어지는 현상이라 주장한다. 정치 또한 특정 정치체제의 형태에 관계없이 경제적 차별화 원리를 엄격히 지켜야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한 차원 더 나아가, 국가나 문명 간의 무임승차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흥미로운 과제가 될 것이지만 원리는 같다. 오늘날 미국이 돌연히 미국 중심주의를 들고 나온 배경은 바로 동맹국 모두가 그 동안 미국에 무임승차해 온 현 체제를 못 견디겠다는 선언이라 해석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기업 조직이 산업혁명 이전에는 마차나 만드는 대장간 형태의 개인 혹은 가족기업이었으나 19세기 초부터 정부의 법적인 뒷받침 하에 주식회사 형태로 창발하여 자본규모와 위험부담 능력이 무한대로 커지면서 자본주의적 대량 생산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산업정책이라는 이름하에 적극적으로 기업 활동을 장려했다. 그 결과 주식회사 기업은 생산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 전반의 생산적 자원의 조직화를 담당하는 주체로 등장하여 산업혁명을 이끌었다.
경제발전에 있어 기업의 중차대한 역할을 강조하는 일반이론과 역사적 경험에 따르면 자본주의 경제는 시장경제라 하기 보다는 기업경제라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산업정책도 기업정책이라 불러야 옳다. 시장은 자본주의 이전에 농경사회에도 있었으나 가난을 해결하지 못했지만 주식회사 기업이 등장한 이후에야 산업혁명도 가능했고 경제발전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3) 시장친화적 신(新)산업정책론: 시장성과에 기초한 정부의 차별적 기업육성 정책
이제 한국의 경험과 경제발전의 일반이론(이하 일반이론)에 기초하여 산업정책의 성공원리를 제시하고자 한다.

   
산업정책과 관련된 핵심 논쟁은 시장에 맡기면 되지 왜 정부가 개입해야 하느냐의 문제다. 일반이론에 의하면 시장은 승자를 선택하지만 발전을 담보할 만큼 충분한 보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전을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이것이 아직도 많은 후진국들이 선진국으로 도약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경제 발전을 위한 정부의 새로운 역할은 시장에 의해 승자로 선택받았지만 아직도 역량이 모자라는 승자들의 역량을 보강하여 일류가 되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뒤뚱거리는 선수를 밀어주고(넛지; nudge) 더 역량 있게 키워내는 시장 친화적 개입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승자는 시장 원리에 따라 선택되지만, 정부는 시장이 선택한 승자에게 더 기회를 주는 전략을 통해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도약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정부가 시장의 차별화 기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을 더 보완 강화함으로써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동안 시장 대 정부의 논쟁은 양자 택일을 강요해왔지만 일반이론은 모두가 다 필요하다고 말한다. 시장도 정부도 모두 경제적 차별화를 통해 성과 있는 기업을 더 우대하는 신상필벌의 정책이 올바른 정책이다.

   
산업육성 정책의 두 번째 논쟁점은 산업(industrial targeting), 기업(firm targeting), 기능(functional targeting) 중 무엇을 대상으로 해서 지원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전통적인 산업정책론에서 목표로 하는 지원대상은 산업으로 미리 상정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산업정책을 특정산업 육성정책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산업’이란 개념은 경제학이 가격변수를 정의하기 위해 편의상 만들어낸 가공의 개념으로,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경제주체도 아니며, 따라서 경제정책 대상으로서 적합하지 않다. 경제정책이란 본질적으로 인센티브 구조를 바꾸어 경제주체들의 행동을 바꾸고자 하는 국가행위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산업 전체에 대한 지원은 민주정치 하에서 정부라는 조직의 정치적 속성상 항상 경제적 차별화에 역행하여 획일적, 평등주의적 1/n 지원정책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한편 주류경제학은 ‘산업정책’ 대신 신고전파 생산함수 개념에 따라 자본공급시장 육성, 교육투자 강화, R&D 육성 등 생산요소 기능별 육성정책(functional targeting)을 권하고 있다. 이 정책은 언제나 필요한 정책이지만, 지원대상 주체가 불명하여 차별화 정책을 쓰기 어렵다. 때문에 해당 기능을 수행하는 모든 기업을 성과에 따른 차별 없이 지원하는 1/n 지원정책으로 전락하게 될 우려가 높아 십중팔구는 실패한다. 1980년대 후반 특정산업 지원에서 기능에 대한 지원으로 전환했던 한국의 경험에서 이러한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일반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만이 정부의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경제주체로서 정부의 차별화 정책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올바른 지원 대상은 산업도 기능도 아닌 ‘기업’이며, ‘특정산업 내 특정기업 육성정책’이 산업정책의 올바른 방향이다. 여기서 육성산업의 선정은 앞선 나라들의 성공 노하우가 가용할 경우 선례를 원용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가능한 기업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산업육성 정책의 세 번째 논쟁점은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시장은 ‘승자를 선택하고 승자에게 보다 많은 자원을 집적시키는 차별화 장치’이지만 무임승차 현상 때문에 차별화 기능의 실패가 일어난다. 정부의 육성정책은 시장이 선택한 승자로서의 기업을 더 우대하는 차별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도약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
결국 일반이론에 의하면 정부가 시장을 통해 능력을 검증받은 기업을 선택하여 차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소위 산업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 된다. 정부는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매 시장기(市場期)마다 시장 성과에 따라 기업을 재선택 함으로써 동기부여의 역동성을 유지하고 기업 간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더욱이 선택 결과에 대한 기업들의 승복을 이끌어 내기 위해 기업 선택을 위한 평가의 기준과 방법은 경기규칙으로서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규정하고 지켜져야 한다. 정부의 사전 결정이 아닌 시장결과의 신호에 절대적인 신뢰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산업정책의 성공 매뉴얼을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산업정책(industrial targeting)은 이제 기업정책(corporate targeting)으로 재명명하여 지원 대상을 개별 기업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둘째, 육성산업 선정은 선진국 등 앞선 성공 노하우가 가용할 경우 선례를 원용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가능한 기업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셋째, 지원기업의 선택은 정부가 사전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시장의 성과가 우수한 기업 순으로 사후적으로 선택하여야 한다.
넷째, 정부는 기업정책의 주체로서 경제적 차별화 원리에 따라 성과 있는 기업이 더 많은 자원을 점유, 활용할 수 있도록 시장경제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다섯째, 매 시장기마다 지원기업들을 재평가하여 재선택해야 한다. 한번 선택이 영원한 선택이 되지 않게 해야 경쟁을 극대화하여 독점, 정경유착 등 전통적인 산업정책 폐단을 회피할 수 있다.
여섯째, 이 모두를 투명하게 제도화하여 집행해야 모든 기업들의 승복과 동참을 유도할 수 있다.
일곱째, 기업에 대한 시장의 생산요소 공급기능을 확충함에 있어 경제적 차별화 원리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즉 자본공급 정책, 교육 및 인력공급 정책, R&D 정책 등을 추진함에 있어 항상 신상필벌의 차별화원리가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6. 한국의 산업정책의 성공과 실패 사례 분석

① 성공사례
우리나라의 산업정책 중 성공경험은 다음과 같다.
첫째, 1960~70년대 수출산업 육성전략이다. 정부는 수출을 많이 한 기업을 차별적으로 지원하고 우량기업이 수출실적 부진기업을 인수 합병 하도록 유도했다. 중소기업 육성의 경우도 정부는 수출 우량 중소기업은 차별적으로 지원하고 불량 기업은 우량기업에 인수  합병시켜 도태를 유도했다. 정부는 새마을공장의 수출기업화 과정에서도 우량공장만 차별적으로 지원했다.


둘째,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전략이다. 정부는 막대한 투자자금의 상당부분을 기업이 직접 조달하도록 함으로써 수출경쟁에서 성공하여 자금을 확보한 경쟁력 있는 기업들에게만 중화학공업으로의 진출을 허용하고 매칭 펀드로 지원했다. 형평 차원에서 수출지원에서 배제된 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의 참여와 지원을 보장하는 일은 없었다. 더욱이 특정지역 기업이라고 참여와 지원을 보장하는 일도 없었다.

   
셋째, 1980년대 전자 정보 통신산업 육성전략이다. 1980년대 들어 정부는 대기업 규제정책을 강화하는 과정에서도 강한 대기업들(삼성, 현대, LG, 맥슨, SK, KT 등)이 해당 산업으로 진출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당시 사회 분위기로는 중소기업 우대가 정치적 도덕적으로도 명분 있는 일이었다.

   
넷째, 1990년대 영화산업 육성이다. 영화산업이 중소기업 고유 업종에서 해제되고 경쟁력 있는 대자본의 진출이 허용됨으로써 고위험 부담이 가능해 졌다. 영화산업에 대한 규제완화로 제작, 배급, 상영의 통합 겸영이 가능해짐으로써 범위의 경제실현이 가능했으며, 스크린 쿼터의 점진적 완화로 국내 산업에 경쟁적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대기업들의 경쟁적 진입 속에서 삼성, 대우, 현대, 동양 등이 탈락하고 CJ만이 성공함으로써 영화산업은 대기업이라고 누구나 다 성공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 주요한 사례가 되었다.


다섯째, 1970년대 초 시작된 새마을운동이다. 새마을운동은 처음부터 ‘신상필벌’이라는 엄격한 성과 위주의 인센티브 구조 하에 추진되었다. 성과 있는 마을은 더 많은 지원과 격려가 따랐고, 성과가 없거나 부진한 마을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러한 엄격한 차별화 전략으로 모든 마을이 동기부여 되어 4년 만에 농촌의 가구당 평균 소득이 도시와 같아졌고, 7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3만 4,000개 마을 중 98%가 성공적인 자립마을이 되었다.

 

② 실패사례
여느 정책과 마찬가지로 산업육성정책도 정부가 잘못하면 예산낭비를 초래하거나, 노력에 비해 성과를 거의 거두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의 산업육성정책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박정희 정부의 1960~70년대 영화산업 육성정책이다. 영화산업을 중소기업 고유 업종으로 규제함으로써 영화제작 기업이 영세화되어 고위험 부담이 어려웠다. 그리고 제작과 배급 및 상영의 사업영역을 분리했다. 그 결과 상영업자(영화관)가 수요독점을 통해 제작업의 성장을 제약하여 제작업의 영세화가 촉진되었다. 외화수입권 배분을 통해 성과우수기업 우대정책을 채택했으나 성과기준이 최종적인 수익이나 예술성이 아니라 편수에 치우쳐, 반공영화의 양산 등 양적 증가는 했으나 질적 도약은 어려웠다.
둘째, 김대중 정부의 벤처산업 육성정책이다. 김대중 정부는 벤처 부문을 대기업 부문에 대항할 수 있는 산업균형세력으로 인식하는 경제민주화 이념에 입각한 정치적 접근을 했다. 개발연대의 산업정책을 모방하려 했으나 산업정책의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인 차별화 원리, 즉 “성과가 우량한 기업을 우대한다”는 원칙이 경제민주화라는 정치적 논리 속에서 실종되었다.
벤처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각종 평가를 했지만 벤처 기업인의 학력, 경력평가에 그쳐 진정한 사업역량을 평가할 수 없었다. 가장 잘못된 것은 벤처 지정 이후의 성과에 따른 지원과 탈락 장치가 부재하여, 한번 벤처는 영원한 벤처가 되어 도덕적 해이와 지대추구 행태가 만연했다.
셋째, 노무현 정부의 10대 동력산업 육성정책이다. 10대 동력산업이란 한국의 최고 기업이 해도 성공할까 말까한 ‘성공 가능성이 극히 낮은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마치 좋은 사업이니 서로 하나씩 평등하게 나누어 하면 좋다는 식의 정치적 접근을 했다. 노력에 비해 성과는 미흡했다.
넷째,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산업 육성정책이다. 정부는 1,000개의 녹색 중소기업을 육성한다고 발표하여 지원했으나 성과는 미미했다. 사실상 무늬만 녹색이면 육성대상으로 선정하여 지원함으로써 성과에 따른 경제적 차별화에 실패했다.


7. 중화학공업화 정책 비판에 대한 평가

마지막으로 그 동안 제기된 중화학공업화 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검토해볼 차례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대부분의 비판이 시장중심논리에서 나온다. 크게 정부 주도로 해서 관치관행이 고착화되었다는 주장, 금융자원 등 자원배분이 왜곡되었다는 지적, 과잉 중복투자로 자원낭비가 많았다는 주장, 결과적으로 대기업을 만들어내 독점과 정경유착의 온상이 되었다는 주장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런 주장들은 주로 1980년 초 5공화국에서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동안 김정렴(1995), 오원철(1996, 2006), 김광모(2004), 김형아(2005), 박영구(2008), 박기주(2014) 등이 중화학공업화 정책의 긍정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주장이나 연구를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주류 한국경제학계는 비판적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현상의 일부 이유는 산업정책을 원천적으로 불신하게 만드는 시장중심적인 주류 배분경제학모델에 기인하고 있지만, 이 모델을 원천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발전경제학 모델이 부재하기 때문에 설득력 있는 반론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찬반 논쟁의 양측 모두가 정부의 역할을 시장실패라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수용하는 시장중심적인 배분경제학 모델을 기초로 논쟁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장할 수밖에 없는 친산업정책론자들은 일반이론이 아니라 특수이론 입장에서 항상 방어적으로 주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하에서는 시장의 실패를 일상적인 현상으로 수용하는 “일반이론”의 관점에서 기존의 비판에 반론을 제기해보기로 하겠다. 

1) 관치경제 논란: 시장은 되고 정부는 안 된다?
중화학공업화 정책이 문제가 많았다는 주장 중 가장 중요한 비판은 왜 정부가 자원배분에 개입하느냐와, 개입한다고 해서 “승자를 선택하는데 있어 시장보다 더 잘 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정부가 민간경제 활동에 개입한다는 의미의 정부개입 혹은 관치는 그 자체로서 옳다 그르다, 혹은 선악이다라고 평가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어떤 관치냐가 더 중요하다. 시장 기능을 강화하는 관치라면 오히려 발전에 도움이 된다.
경제발전에 있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고, 정부의 노력 없이 경제발전에 성공할 수도 없다. 일반적으로 관치라 하면 시장기능에 장애가 되거나 혹은 역행해서 개입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시장의 기능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시장기능을 잘못 이해하면 정부개입의 잘 잘못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고의 일반이론에 의하면 시장은 ‘경제적 차별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장치다. 이에 따르면 시장은 매일 경제적 차별화를 통해 승자를 선택하는 시장주도의 산업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시장은 정보의 불완전성 때문에 이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한다. 여기서 정부의 기능이 필요한데, 정부가 발전에 도움이 되려면 경제적 차별화를 실천해야 한다. 즉 관치 경제 차별화가 산업정책 성공에 기여할 수 있다.
한편 승자선택 문제에 있어서는 시장이 시장성과에 따라 경제적 차별화를 하듯이, 정부 또한 ‘시장성과에 따른 관치 차별화’를 통해 시장기능을 보완해야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시장성과가 결정되기 이전에 사전에 승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성과에 따라 사후에 승자를 확인 지원할 경우 승자 선택 문제를 회피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중화학산업 정책에 대한 비판은 논거가 약하다. 정부가 시장성과에 따라 선택하는 관치 차별화가 중화학공업 발전을 가져왔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시장이 매일하는 성과에 따른 차별화 산업정책은 되고 정부가 마찬가지로 성과에 따라서 하는 관치 차별화 산업정책은 안 된다는 논리는 성립되기 어렵다. 어느 경우든 자원배분의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2) 자원배분의 왜곡
한국이 중화학공업화를 위해 채택한 시장성과에 따른 관치 차별화 정책이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할 것이라는 논거는 약하지만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 제기가 있다.
첫째, 수출산업 육성을 위한 자원집중은 왜곡이 없었지만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한 자원집중은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한국의 성장모형을 수출주도 성장에서 찾는 주류의 관점이다.
이 주장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노동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한국의 경우 농경사회에서 노동집약적 수출공업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괜찮은데, 더 나아가 자본집약적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안 좋다는 정태적 비교우위 이론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런 관점의 문제점은 이미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경제발전이 지향하는 목표에 역행한다. 경제의 복잡성의 증가를 의미하는 경제발전을 하지말자는 주장과 같아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기술적인 면에서 제기하는 비판 중의 하나가 수출산업육성은 특정 산업에 한정하지 않은 반면 중화학공업 육성은 특정산업에 한정해서 지원했기 때문에 진입장벽 등으로 인해 왜곡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성공의 핵심은 이미 존재하는 선진국들의 선례에 따른 특정산업 선택보다 시장성과에 따라 유능한 기업들을 선택한 정부의 관치 차별화에 있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수출산업 육성의 성공도 모든 기업들을 그냥 자유 시장 경쟁에 맡긴 결과라기보다 수출 우수기업을 우대하는 수출성과에 따른 강력한 관치 차별화 정책 때문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수출 육성보다 중화학공업 육성이 더 왜곡을 초래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다. 모두 다 성과가 우수한 기업을 경제적 차별화를 통해 지원함으로써 동태적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였다고 봐야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그 동안 수출산업 육성과 중화학공업 육성을 차별적으로 접근한 해석은 논리적으로 합당하다 할 수 없다.
둘째, 금융자원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관치금융을 초래하고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 또한 시장의 기능에 대한 이해 부족과 관련이 있다. 여기서도 관치를 원천적으로 악이라 보는 피상적인 관점이 깔려있는데, 앞에서 지적했듯이 문제 여부는 어떤 관치냐에 달려있다.
관건은 시장의 주요 경제주체로서 은행의 기능이 무엇이냐 하는 데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금융자원 배분의 주체로서 은행의 핵심기능은 대출심사기능이다. 이것은 개인 및 기업성과에 따른 차별적 지원기능으로서, 말만 바꿨지 경제적 차별화 기능에 다름 아니다. 이 기능이 활성화되어야 경제발전이 가능함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또한 정보의 불완전성 때문이거나 제도의 후진성 때문에 후진국 은행들이 이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이다. 여기서 은행들이 해야 할 기능이지만 제대로 하지 못했던 ‘기업의 성과에 따라 대출을 차등지원’하는 대출심사기능을 정부가 나서서 강화시켰기 때문에 자원배분의 왜곡이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처럼 관치금융이라 해도 성과에 따른 경제적 차별화 원리에 충실하게 한다면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한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은행들이 대출심사의 시행착오(trial and error) 과정을 거치면서 습득해야할 대출심사기능에 대한 학습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한 것은 관치금융의 기회비용이라 하겠다. 그러나 세상에 기회비용 없이 성공에 이르는 길은 없다.
나아가 일부 성공기업에 대출집중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잘하는 기업에 대한 대출집중은 은행의 차별적 대출심사기능의 자연스런 결과인 것과 마찬가지로, 이를 대행한 관치에 의한 차별화 대출심사가 시장성과에 따라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한 논리적으로 금융자원배분의 왜곡은

원문수록 박정희정신 제4호 P80-P121
첨부파일 80-121 심층분석.pdf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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